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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년 욕귀 부름굿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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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2010/01/22 | ㆍ조회: 1709 | |
| ㆍ추천: 1 | ㆍIP: 222.xxx.141 |  http://blog.naver.com/ped6009 |
12월 31일 고하다. 계축년 끝 날까지도 욕망의 투정을 이기지 못하니 선비, 마음이 심히 심란하여 무당을 불러 굿을 하였겠다. '내 안에 욕망이라는 귀신이 붙어 하루도 잠잠치 않으니 내 어찌 선비처럼 살았다 하겠소. 무당은 욕귀慾鬼를 불러 내어 이 내 말을 그대로 전하시오.' '욕귀 너는 들으라. 옛 경전에 이르기를 미혹되지 않으면 동요되지 않는다 하였거늘 너는 아침의 햇살로 미혹을 깨우며 저녁의 달빛으로 미혹을 밝히니 마음의 동요가 심해 잠결조차 평안치 못하다. 너는 즉시 나를 떠나라. 화담은 도리로서 너를 물리쳤다 했거늘 네가 나를 휘두르는 것은 내 안에 겨자씨만한 도리마저 없음을 보이는 것이라 내 너를 모른척 할 수가 없다. 많은 성인들이 너를 쫓음으로 깨달음에 닿았다하니 너는 결코 이롭지 못한 형상이라 네 목을 칠 수도 있지만 혹 마음 한 구석에 피 한 방울이라도 묻을까하여 널 불러내는 것이니 너는 냉큼 나와 무릎 꿇어 네 죄를 고하고 길을 떠나라. 너에 홀려 기방을 서성인 날이 백날이며 거짓을 말한 일들이 무량이며 헛된 생각에 휘둘린 날이 무수이니 너는 나를 이해하라.' 굿이 절정에 이르자 욕귀가 슬그머니 몸에서 빠져나와 춤을 춘다. 기이한 춤이다. 눈은 허공을 향하고 팔다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추임새이다. 기묘한 몸놀림에 아녀자들은 당황하고 남정네들은 속 헛웃음을 짓는다. 이윽고 한바탕 춤 사위가 끝나자 욕귀가 말을 한다. '쥔 양반 들으라. 어찌 이리 급히 나를 내치려하는가. 쥔장 말대로 미색에 미혹케하고 도리에 눈을 가리고 깨달음을 내가 미리 쫓아버렸으니 목이 잘릴 만도 하지만 쥔장 말 또한 거짓이 있다. 젊은 치기로 보낸 많은 세월을 모두 내 핑계로 밀어두고 혼자 선비 운운하니 서운키 그지없다. 그대가 욕망을 알지 못하였던들 불혹을 얻지 못하였을 것이며 지천명 또한 욕망을 넘어선 깨달음이니 이는 나에게서 구한 바 아닌가. 내가 있어 마음이 견제되니 그대가 선비라 불리는 것일진데 견주지 않고서 이룰 수 없음을 그대가 더 잘 알터인 즉. 나는 그대의 변명이 되기를 자청하여 그대를 감싸 주었거늘, 그대의 삶에 허튼 명분을 기꺼이 제공하였거늘 이제와서 날 박대하다니. 그대가 스스로를 속인 모든 것들이 내 혀 속에 있으니 궁금하면 한 번 불러내 보리다. 내 비록 욕망이란 이름을 가지지만 字는 氣이며 아호는 열정이니 몸 안의 기둥이라, 또 혼의 다른 이름이라 하니 날 업신여기지 마시게. 내가 없었던들 그대 표정 또한 그렇게 온화함을 얻지 못하였으리라. 그대의 품행도 모두가 내게서 나온 것이라. 내 말이 옳지 않거든 다른 말을 하시라.' 많은 구경꾼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에 동조하는지라 그는 당황하여 서둘러 무당을 쫒아보내고 욕귀를 제 몸이 챙겨 줄행랑을 치더라. 어둠이 쓰러지고 새벽이 깨어나니 병인년의 하늘이 열리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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