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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구니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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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2010/04/22 | ㆍ조회: 1152 | |
| ㆍ추천: 0 | ㆍIP: 222.xxx.49 |  http://blog.naver.com/ped6009 |
처서를 애써 기다리는 날 쯤이었겠다. 매미 소리가 더위를 덜어줄까 하며 골몰히 사람없는 길을 가다가 앞쪽으로 5 미터 쯤 가로수 밑 벤치에 한 스님을 보았다. 작은 체구에 날렵하게 선이 내린 두상과 다소곳한 품새가 비구니승이 분명했다. 동그마니 앉아있는 모습에 문득 가로수 그늘진 이곳이 승속의 경계가 아닌가 하는 착각이 일 만했다. 걸어온 길이 속의 길이었다면 저 앞을 지나는 길은 순간이나마 승의 길이 아닐까. 한 발을 내 딛으며 비구니 승의 세계로 잠시 녹아들리라. 잠깐 길을 멈추었다. 세속의 먼지를 털어낸다. 그리하여 법당의 향내가 몸에 스밀 것이다. 무심히 돌아보는 비구니승의 눈빛이 반짝였다. 홀로 견뎌야하는 서글픈 고독과 놓아버린 속세를 참을 수 없어 하는 자기 연민의 눈빛. 얼마나 많은 세상을 돌고 돌아 저 벤치에 앉아있는가? 잠깐, 비구니의 눈빛이 저리 깊어도 되는가. 저렇게 갸름하게 매끄러운 얼굴을 하고 다녀도 되는가. 저렇게 단아한 추스림으로 앉아 있어도 되는가. 한 발 내딛음을 멈춘 이 순간에 이렇게 많은 생각을 떠올리게 해도 되는가. 승복 사이로 비치는 살갗이 햇살로 더욱 희다. 대숲을 지나는 솔잎바람같은 인연이라도 남기고 싶다. 찰라일지언정 마주 바라보는 인연이라도 얻고 싶다. 어찌 손목의 인연을 얻겠으며 어찌 마음 새기는 인연을 감히 구하려하겠느냐마는 그저 눈빛 인사만큼의 인연으로도 내 몸은 승할까 한다. 바람결로 스친 인연이 후세를 기약하는 정표가 되려나. 돌고 돌아 매미와 나무의 인연으로 한나절 살붙이 정도는 할 수 있을까. 지나는 길에 가벼운 목례만으로도, 가벼운 합장만으로도 내세의 인연을 구할 수 있을까. 머뭇머뭇하다가 문득 한 생각이 툭 터졌다. 내가 승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인지 아니면 세속의 냄새를 풍기며 비구니승의 고개를 돌리게 하는 일은 아닌지. 아니함만 못한 욕망일지도 모르는 일이 되고 말았다. 내밀어서는 안되는 발걸음일지도. 발을 두 걸음 빼고 그늘을 벗어나 햇살에 뒤를 내주며 돌아서고 말았다. 갈 수도 없는 길, 돌아갈 수도 없는 길에 묶여 길고도 짧은 시간을 서 있다가 결국 돌아보고야 말았다. 비구니 승은 없었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벤치에 내려 있다. 어떤 인연이었는지 모를 나무와 매미의 살붙이 소리가 들리는 오후이다. 이틀 남았다. 술 한 잔 맛나게 먹을 일이.....더구나 1 박 2 일로 친구들과 술 먹을 일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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