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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베이터 심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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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2010/07/02 | ㆍ조회: 1283 | |
| ㆍ추천: 0 | ㆍIP: 222.xxx.17 |  http://blog.naver.com/ped6009 |
그녀가 사는 아파트의 엘리베이터는 겨우 1 평 크기 정도의 소형 엘리베이터이다. 5 명만 타도 숨이 턱에 오를만큼 사람들과의 거리가 완전히 해체되어버리는 그런 공간이다. 작은 엘리베이터에서는 꼿꼿히 선 채로 앞 사람의 등짝에 매미같이 얼굴을 붙이고서 서 있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그녀는 사람이 있을 때는 한 박자 늦추어 엘리베이터에 올라 타기도 한다. 그녀는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기를 좋아한다. 엘리의 거울 뒤에 누군가가 보고 있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엘리라는 작은 공간에서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위안이다. 서로 마주 보는 두 거울을 통해 끝이 없는 공간으로 빨려들어가는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뒤틀어가며 들여다보는 것이 엘리만이 가지는 특별한 재미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있을 때는 엘리는 아주 단순한 공간 이동 도구 이외의 다른 의미는 상실해 버린다. 그저 멍하니 나의 공간을 바꾸어주는 그 시간까지 기다리는 공간일 뿐이다. 엘리는 스페이스 머신같은 것이다. 또한 대부분이 그렇듯이 타인과 엘리를 공유할 때는 그 시간만큼은 잃어버린 시간이 된다. 하릴없는 숫자를 들여다보며 그 변하는 시간이 일정한 지..숫자가 바뀐 후에 몇 초만에 문이 열리는지.... 엘리 안에서는 사업이나 직장에 관한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한다. 타인과의 거리가 완전히 해체되어버린 상황에서 어떤 생각에 몰입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의미없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설정은 일시적인 사고의 무력감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해체되어버린 사람과의 거리 또한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그녀는 15층 버튼을 누른 후 '닫힘'을 누르고는 고개를 돌려 거울을 들여다 보았다. 문이 닫히면서 세상과 차단이 되는, 잠시 동안의 시공간의 여행을 하는 것이다. 세상과의 연결 고리가 막 끊어지는가 싶더니 순간 덜커덩 소리와 함께 다시 문이 열리면서 햇살이 있는 세상이 눈 앞에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서 있었고 그의 모습은 햇살에 등진 채로 실루엣 만이 눈에 들어왔다. 남자였다. 단 두 걸음에 엘리의 한 가운데로 들어온 남자는 돌아 서서 14 층을 누르더니 세상을 향해 마치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듯이 어깨를 편 채로 두 눈을 부릅뜨고는 닫히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용광로로 빨려 들어가는 터미네이터의 비장함같은 것이 느껴지는 것이었다. 엘리에서도 이런 비장함같은 것이 있던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이제 엘리 공간은 낯선 남자와 거리가 해체되어버린 그런 공간이 되었다. 낯선 남자와 이런 공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엘리 이외의 다른 곳에서는 절대로 일어날 수 없는 공간이다. 물론 남편과의 침실 이야기는 예외로 하고. 거리의 해체란 자신을 방어할 수 있는 마지막 한계를 넘어선 무방비 상태임을 예시하는 것과 같다. 그 남자의 손에 칼이 있다면 이미 죽은 목숨이 되는 것이고 그가 지능낮은 불한당같은 놈이라면 하다못해 가슴이라도 그의 손에 쥐어잡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녀는 한 발 뒤로 물러나려다가 벌써 공간을 다 써버렸음을 느꼈다. 그 남자의 팔을 보았다. 그대로 팔을 들어도 내 얼굴에 닿을 만큼의 거리 안에 서 있는 샘이다. 거리의 해체가 주는 공포는 이렇게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간접 경험이랄 수 있는 호러 영화와는 또 다른 모습의 공포였다. 겨우 3층 불이 켜져있다. 나머지 11층 동안의 공포를 어떻게 해야할까? 남자는 고개를 돌려 거울을 보았고 그 안에는 자신의 옆 모습이 들어있으리라는 것을 예상했다. 그녀 역시 곁눈질로 그의 얼굴을 슬쩍 올려보았다. 혹시나 그의 표정에서 조금이나마 공포를 덜어 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들었기 때문이다. 무척이나 편한 호남형의 인상이었다. 고개를 돌리면서 얼굴에서 땀이 튀어나듯이 스킨 냄새가 풍겨졌다. 잠깐 사이에 남자의 스킨 냄새가 그녀의 얼굴로 확 밀려들어왔다. 4 층 불로 바뀌었다. 여자가 남자에게 섹시함을 느낄 때가 그의 스킨 냄새를 맡을 때라 했다. 서로를 구분해 주는 개인간의 거리가 가치를 잃어버린 탓이었을까 ? 갑자기 친근감이 든다는 것이 무척 생소하게 느껴졌다. 이 정도의 거리이면 그의 몸의 채취까지도 느낄 수 있는 충분한 거리라는 생각도 들었다. 둘을 구분해주는 거리라는 개념이 사라졌다고 해서 그렇게 순간적으로 마음이 동요하다니. 사람에게는 최소한의 자신의 영역이 존재하며 그 영역이 서로가 겹칠 경우에 감정의 소요가 일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영영과 나의 영역이 단순한 거리의 개념만으로 겹쳐있을 뿐인데...여럿이라면 그 감정의 소요가 흩어져 느끼지 못하겠지만 단 둘일 경우에는 단지 가깝게 있다는 이유만으로 공포와는 다른 감정의 소요가 일어날 여지가 충분한 것이다. 그에게서 스쳐보였던 좋은 인상이 원인이 아니라고는 말할 수 없다. 다만 이번 경우의 감정의 동요는 분명 엘리의 구조적 특수성 때문에 개인이 가지는 타인과의 거리가 해체됨으로서 생긴 것은 분명하다. 공포와 어색함과 그리고 갑작스런 친밀감, 이 모든 것이 개인과 개인의 거리 해체로 인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움츠렸던 몸을 다시 펴고 당당하게 반 발자욱 앞으로 나섰다. 남자와의 거리가 더 가까워졌다. 남자의 바로 뒤 옆에 서 있다. 어떤 친밀감을 기대하는것은 아니지만 그렇더라도 꼭 나쁘다 할 만한 것은 아니다. 앞으로 7-8 층은 더 남아있는 시간이다. 어떤 일이 일어날 개연성은 항상 있는 법이다. 거리의 해체가 주는 친밀감이 용기를 주기도 하나보다. 남자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여자는 남자가 자신의 움직임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했다. 여자는 거리의 해체가 주는 새로운 느낌에 전율했다. 어떤 일은 일어날 것인가? 남자는 손을 바지 호주머니에 넣기 위해 팔꿈치를 뒤로 젖혔고 남자의 오른족 팔꿈치가 가까이 서있던 여자의 오목가슴을 때리면서 여자는 꼬꾸라지고 말았다. 거리가 너무 가까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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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용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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