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고등학교28회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
ㆍ작성자: 이경호	ㆍ작성일: 2010/09/04	ㆍ조회: 1355
ㆍ추천: 0	ㆍIP: 222.xxx.153	http://blog.naver.com/ped6009

포주: 여보세요.
노인: 목소리를 들으니 반갑군요.

당신은 어젯밤에 내 여자를 모독했더군요.
지난 밤에 그녀에게 털 끝 하나 대지 않았소.

여자는 당신을 통해 인생을 데뷰할 생각이었소.
그저 너무 어린 나이라는 생각이 들어 보기만 했을 뿐이오.

당신은 여자 생애의 첫번째 선택을 짓밟은 것이오.
물론 내가 처녀를 원한 건 사실이지만 그것은 내 방식에 관한 것이오.

당신의 방식도 있겠지만 여자에게도 결심이 필요했다는 것을 기억해야지요.
우리는 거래를 했소. 문제를 제기하는 게 이상하게 들리는군?

여자에게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존심이라는 게 존재해요.
나는 자존심을 지켜주었다고 생각하고 있소. 나의 자존심과 함께.

자존심을 지켜준게 아니라 뭉겐 것이지요. 더 큰 문제가 있어요.
일을 일부러 꼬이게 하는 것 같군. 마치 돈을 더 내라는 것처럼.

그녀가 당신을 발기 불능의 노인네라 소문내고 다닐지도 모른다는 것이오.
발기불능이라... 마치 안을 수 없는 애인이랑 같은 말같이 들리는군.

심각한 말이지요. 그건 이제 당신은 폐기 처분된 사람이라는 말이 되지요.
그 말을 들으니 비로소 나로부터 자유스러워지는 기분이 드는구려.

당신은 이미 많이 늙어있어요.
나이는 알고 있지만 그게 늙었다는 표현일 줄은 몰랐소

당신만 몰랐을 뿐 당신을 바라보는 모든 눈은 그것을 알고 있소
한편으로는 내가 실수를 했다고 생각하니 즐겁소

그말이 늙었다는 것과 관계가 있는 말인가요?
어느 순간부터 내가 실수를 할 수 없는 나이가 되지 않았을까 걱정했다오.

확실히 늙는다는 것은 비참해보이는군요.
젊은 여자들이 폐기처분된 남자들에게는 성적 표현에 관용을 배푼다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

당신은 언제든 죽을 수 있는 나이라는 걸 아시오?
나이는 숫자가 아니라 느낌이오. 난 어제까지도 죽음을 느끼지 못했었오.

당신이 처녀를 찾았다는 건 죽음을 보았다고 여겼기 때문인 줄 알았는데.
처녀가 자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죽음을 느끼게 되었소. 처녀가 내게 나이의 느낌을 알려준거요.

그래서 어떻게 하시겠다는 거요.
그 처녀를 사랑하게 되었다오. 그래서 이제 난 죽음을 알게 된거요. 사랑을 알기 전까지는 죽음에 대해 애써 외면하고 무시했었지만 이제 내 마음 속에 진정한 사랑이 피어나는 것을 보고 죽을 수 있음을 알게 된 것이오. 그녀에게 내 재산을 남기겠소.

그녀가 당신을 미치도록 사랑한다는 것을 아시오?
......

노인은 아침 햇살 아래 행복한 고통으로 숨을 거두었다.

14세 처녀와 90세 노인의 사랑에 관한 마르케스의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을 재구성하였습니다.

이경호 2010-09-06 12:16	그의 나이 78 세 쯤에 90 세 노인을 주인공으로 쓴 미래의 자전적 소설같은 느낌이 드는 글이다. 행복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서 아직 무엇인가를 더 구해야 한다는 강박에 걸린 78 세 노인의 고백같은. 90 세에 새삼 사랑이라 하긴 멋적지만 우연찮은 사랑을 통해 행복한 죽음을 깨닫게 되었다는 그런 내용.

이경호

2010-09-06 12:21

백년동안의 고백.. 끝까지 아직도 못 읽었지만... 읽다보면 그의 농아리를 풀어내는 솜씨가 혀를 내둘린다.
옛날 전기도 없던 시절, 할머니들의 구수한 사깃성 이야기들이 그 소설의 기초라고 한다. 죽은 사람이 살아나고 하늘을 날라다니고....사이사이로 번득이는 인간 본연의 처세와 욕망과 진실....읽어본 최고의 농아리 소설이다.
입담을 풀려면 이정도는 되어야겠다 싶을정도...그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부른 노래가 내 슬픈 창녀들의 추억이다...아직은 살아있으니..너랑 나랑을 죽기 전에 누구를 불러야 할 지 말이다.


이신택	아주 옛날 "백년동안의 고독"이라는 남미 노벨상 수상작가의 소설! 처음으로 대할 때 참 탐미적이고 약간은 몽환적인(가상의 세계) 분위기에 매료된 적이 있었는데........"백년동안의 고백"은 또 뭐냐??? 너무 댓글이 없어서.ㅠㅠㅠㅠ	9/6 22:05

이경호	고백은 왜 또 거기 붙어있디야....^^	9/7 08:39

김대철	백년동안의 고독, 연금술사 모두 읽어보고 내 취향이 아니라서 특별한 느낌도 없었는데, 경호와 신택이의 소감을 보니 내 취향이 한쪽으로 편향(서구와 동양적인 것)된 것 같구만. 당시에는 노벨문학상을 변방의 문학에 대한 관심쯤으로만 받아들였으니까.	9/7 14:52

이경호

2010-09-06 12:26

남미의 그런 말도 안되는 사기성 소설들...마르케스, 보헤로스.코엘료....등등의 글들을 마술적 리얼리짐 magic realism 이라고 한다. 진짜같은거짓말과 거짓말같은현실이 마구 꼬여있는... 그래서 뭔가 철학적 요소를 더 지닌것처럼 보이는 글들... 코엘료의 연금술사가 히트를 친 이유이기도 하고....사기성 농후한 농아리꾼들.....


이경호	보르헤스	9/6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