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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낙지 대가리에 대한 명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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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ㆍ작성일: 2010/10/05 | ㆍ조회: 1270 | |
| ㆍ추천: 0 | ㆍIP: 222.xxx.124 |  http://blog.naver.com/ped6009 |
낙지라는 말은 먼저 살아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낙지의 또다른 이름은 산낙자이다. 죽은 낙지도 이름이야 낙지이겠지만 낙지로 치지 않는다. 커다란 낙지 역시 낙지의 형상을 하고는 있지만 낙지라 인정치 않는다. 낙지란 살아있는 새끼 낙지 즉 세발 낙지를 진정한 '너는 낙지'라 부른다. 자잘한 고기 놀이 삼아 갯바위 낚싯대를 드리운 어느 가을, 저녁 햇살이 금빛을 뿌리는 찰라의 순간일 쯤, 갯뻘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보았다. 금빛노을에 까만 실루엣으로 바람마저 무안할만큼 조용히 서 있다. 삽을 들고 막 땅을 파려는 그 모습이 절묘한 햇살 각도로 비쳤다. 아주 길다고 느껴진 적멸의 그 시간도 역시 찰라였을 것이다. 사내는 대여섯번의 깊고도 빠른 삽질을 하더니 길게 손을 뻗어 무엇인가를 건져냈다. 금빛햇살에 그림자로 비친 그의 손에 들린 것은 허공에 몇가닥의 긴 다리를 허우적대는 낙지, 낙지였다. 사람이 얼마나 잔인한가는 낙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살아있는 것을 칼로 다져 갈갈이 도막낸 후에 아직도 꿈틀거리는 그 위에 달걀 노른자와 한 방울의 참기름을 얹어 비빈 후에 실가리국 들이마시듯이 후르릅 마시는 요리가 인기이다. 일명 '낙지 탕탕이'. 딸과 나는 이렇게도 먹는다. 살아있는 새끼 낙지를 접시 위에 올려놓고 꿈틀거리며 접시를 벗어나는 다리를 잡아 툭 끊어 손가락에 엉킨 그대로를 떼어 먹는다. 입술에 붙은 낙짓발을 보면서 마주보며 웃는다. 흡착판이 잇몸과 이빨과 입천정을 달라붙는 느낌이 그만이다. 산 채로 한 마리 잘근잘근 씹어 먹는 것이 낙지의 제 1 맛이다. 크기로는 낙지 대가리가 제 엄지 손가락만 한 것을 제일로 친다. 한승원님의'낙지같은 여자'라는 소설이 있다. 남자의 거시기를 낙지처럼 제 몸에 쫙 빨아들인다는 연상으로 붙인 이름이겠다. 제 딸년 묻은 외딴 섬에 살면서 지나가는 어부들을 하나씩 불러 들여 한달여 같이 산 후에 간장에 절어 쪼글해진 고추같은 모습으로 뭍으로 내 보낸다는 뭐...그런 이야기였던 거 같다. 그녀의 산낙지 먹는 모습의 묘사가 절묘했었다. 낙지 대가리는 모양이나 기운으로 보아 '팬티 속의 개미' 대가리와도 비슷하다. 늙어 지친 소 한마리 벌떡 일으킬 만큼 정력도 좋다. 넋 나간 년 낙지 대가리 밀이들면 제 정신 난다는 말도 그럴 듯 하다. 이렇듯 낙지에 대한 기이한 형상들은 낙지를 더욱 낙지스럽게 한다. 낙지의 예술을 모르는 것들이 낙지 대가리에 불온한 단어를 붙여 심상한 마음에 한 마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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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철
이경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