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띄우는 편지25.

피마자 꽃

이른 아침에 중년 신사를 만납니다.
훤칠한 키에 9갈래로 갈라진 부채모양의 손을 내밉니다.
빨간 넥타이가 잘 어울리는 멋진 신사는 피마자,
일명, 아주까리랍니다.

밭귀에 피마자 한 그루가 싹을 틔웠습니다.
어렸을 적, 할머니 생각에 뽑지않고 뒀더니
이렇게 내 키를 훌쩍 넘기며 꽃까지 피웠습니다.
머리에 피마자 기름을 바르고 참빗으로 곱게 넘겨서
비녀를 꽂으시던 할머니, 어머니보다도
할머니 무릎이 더 좋았던 어린날이 그리워집니다.

마지막엔 피마자잎으로 나물을 해 먹어야겠어요.
씨가 필요하걸랑 드릴거구요.

출처 :주당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 박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