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에서

ㅡ 박 정 구

한 번은 와 볼 일이다
살면서 살다가 그리울 땐
암제나 한 번 와볼 일이다

넉넉한 가슴을 풀어 볼 일이다
갈대 숲에 둥지를 틀고
저들만의 소리로 지저귀는 개개비 소리를
들어 볼 일이다

구비지고 못 생긴 길을 바라 볼 일이다
갈대와 갈대가 부딪히며
부스럭부스럭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걸어 볼 일이다

물 빠진 뻘밭에 샛강이 드러나고
푸른 부들이 금빛으로 익어갈 때
안개 자욱한 순천만에 와서
보고 또 볼 일이다

흐린 날
가슴 언저리에 반쯤 잠긴 갈대 십리 길
붉은발 말똥게가 갈대를 외발로 타고
짱뚱어 말똥거리는 눈망울을 보면서
이야기도 해 볼 일이다

갈대열차를 타고 둑방 길을 달려서
정채봉 김승옥이 기다리는
문학관에 들려 볼 일이다
그들이 풀어놓은 소소한 이야기를
들어 볼 일이다

한 번은 와 볼 일이다
순천만에 와서 용산에 올라
바다가 풀어놓은 갈대섬들을
끌어도보고 밀어도보고 달려 볼 일이다
숨차게 달리다 잠시 멈춰서
돌아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