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띄우는 편지 54.

도라지꽃

후두둑,
놀래지는 않았을까
밤새 내리는 빗소리에 젖어있는 이것들,
한숨도 못 잔 것은 아닐까.

우르르 쾅쾅,
무섭지는 않았을까
천둥번개가 온 밤을 흔들 때 귀를 막는 이것들,
밤새 뒤척인 것은 아닐까.

혼자가 아니어서 다행이다
너희들 떼로 모여 있어 좋구나
청도라지 백도라지 도란도란 거리는구나
살다보면 어두운 곳도 있는 법
박씨 이씨 각 받이 성씨가 색갈로 어우러진 세상에서
어둠이 몰려올 때 길고 긴 밤을 너희가 이겨 냈듯이
살림살이 풀릴 날 있을거야
살다보면 그런 날도 올거야.
 


출처 :주당산악회 원문보기▶ 글쓴이 : 박정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