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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8일에 경북 상주에 있는 불루원 CC에서 우리 목포고듣학교와 서울의 중동고등학교가 SBS골프방송에서 주최하는 고교골프최강전 32강전 경기를 치뤘다. 전국 200여개 학교가 참가한 가운데 개최된 예선전 때는 학교의 명예를 걸고 출전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리적 중압감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지난번 예선때와는 차원이 다른 부담감이 밀려 왔다. 경기 시작전에 방송 카메라들이 들어와 응원 나온 동문들과 어울려 오프닝 세레머니를 하였고, 나는 팀의 주장이라고 개인 인터뷰까지 하고나니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더더욱 긴장이 되었다. 우리팀의 선수는 나를 비롯해서 29회 조영선. 31회 황정호. 31회 최순호. 이렇게 4명이었는데 27일날 우리들 나름대로의 방식에 의해 당일날 출전할 선수 3명을 선발하였다. 최순호후배를 예비후보로 결정을 하였다. 첫홀 티샷은 길지 않은 파4홀이어서 누구나 티샷을 해도 되지만 첫홀이 주는 중압감을 가장 선배인 내가 맡아야 된다는 판단을 한 명훈이형의 지시로 첫 티샷은 내가 하게 되었다. 상대방 티샷은 페어웨이 중앙으로 멋지게 날아 갔다. 티박스에 들어서자 많은 갤러리가 보고있고, 카메라들이 돌아가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긴장을 해야 하는데 나는 긴장보다는 오히려 약간 흥분되고 상기되어 있었다. 내가 친 첫 드라이브 티샷이 약간의 페이드가 걸린가 싶더니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아침에 드라이빙 라운지에서 연습을 할때 심하게 드로우가 걸리기에 밀어 친다는 것이 오른쪽으로 날아가게 되고 그나마 그 지점에 나무가 있어서 아슬아슬하게 오비를 면할수 있었다. 천만 다행이었다. 내 볼이 살아 있자 중동고에서는 세컨샷이 오비가 나 버렸다. 덕분에 첫홀을 이기고 2,3,4,홀을 스퀘어로 마쳐서 네번째 홀을 마친 결과는 우리가 원업. 5번홀을 시작하기 전에는 티밖스에서 양교 동문들이 모여서 서로 신나는 응원전을 펼치며 잠시 쉬었다 가는 그런 시간이다. 우리 학교 응원 구호는 불어 버전으로 "쌔려부러, 여부러, 이겨부러." 독어 버전으로 "갈겨분당께, 여분당께, 이겨분당께."였다. 우리 학교 동문들이나 중동고 동문들. 특히 담당 피디는 물론이고 스텝진들은 우리 학교의 응원구호를 듣더니 우스워 죽겠단다. 응원 구호가 좀 촌스럽기는 하지만 은근히 중독성이 있단다. 우리 학교에서는 우리 골프팀의 감독인 명훈이형이 우리 학교 소개를 '호남의 명문고.'라고 소개를 하였고 36회 한성언 후배가 DJ 목소리를 흉내내면서 함께한 사람들을 한바탕 웃게 만들었다. 우리측 사회자인 변우민씨가 "지금 원업 상황인데 앞으로 어떤 작전으로 경기를 진행할 계획입니까?"는 질문을 나에게 하기에 "현재 최소한 2업 정도는 되야 하는데 원업 상태라 지금의 결과가 실망스럽고 좀 아쉽기는 합니다만 최선을 다해 속전 속결로 끝내고 우리 응원단들이 막걸리를 마실수 있는 시간을 앞당겨 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함으로서 상대팀 기를 죽이고져 했다. 5번 홀은 파5. 내가 티샷을 하고 영선이가 세컨샷이다. 두 학교가 모두 3온을 시켜 놓은 상황. 중동고에서 15미터정도 되는 거리에서 버디퍼팅을 성공시켜버렸다. 우리는 버디퍼팅 성공을 하지 못하고 컨시드를 받았다. 그래서 토탈 스코어는 올스퀘어 상황이 되었다. 6번 홀은 파3. 조영선 후배가 티샷을 하는데 너무 긴장한 탓에 20m앞 숲속으로 공을 쳐 넣어버렸다. 쉽게 말해서 스윙한번 제대로 해보지 못하고 바로 앞에 공을 떨어뜨려 버린것이다. 행여나 칠수 있는 러프에라도 있을까하고 내가 뛰어 갔는데 공을 찾지 못했다. 설령 찾는다 하더라도 도저히 뚫고 나올수 없는 그런 깊은 숲속이었다. 결국 6번 홀에서 우리가 져서 우리학교가 한 홀을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 되었다. 7번 홀은 파4. 내가 티샷하고 영선이가 세컨을 했는데 7m정도의 내리막 버디 퍼팅을 남겨 놓게 되었다. 상대 팀은 온그린에 실패하고 써드샷으로 온그린을 시켜 놓았으며 5m정도가 남았다. 게다가 중동고는 옆라인이라서 파를 하기에는 매우 힘든 상황. 내가 붙여 놓기만 해도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지만 5번홀의 중동고 버디퍼팅 생각이나서 내 퍼팅으로 결정을 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버디를 하기위해 약간 강하게 쳤는데 홀컵을 지나서 0.8m정도 거리에 서 버렸다. 상대팀이 보기를 하였고 영선이가 퍼팅한 공도 홀컵을 스치고 나와버렸다. 평소같으면 충분히 넣을수 있는 거리인데 영선이가 너무 긴장한듯 했다. 우리 팀이 1다운으로 지고있는 상황에서 시작한 8번 홀은 파3. 영선이가 티샷을 하고 정호가 세컨이다. 영선이가 티샷을 했는데 6번홀과 똑같은 상황이 되어버렸다. 상대 팀은 홀컵 5m정도에 온그린을 시켜 놓은 상황이고. 영선이가 티샷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진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었는데 영선이의 이 샷을 보니 억장이 무너져 내렸다. 안타깝고 마음이 아프지만 어찌하랴. 이렇게 쳐버린 영선이 마음은 어떻겠는가? 이왕 이렇게 된 마당에 착하디 착한 영선이 마음이라도 다치지 않게 하려는 생각이 들었다. 영선이 곁으로 가서 영선이 어깨를 다독거렸다. 이 상황에서 내가 이런다고 영선이에게 큰 위안이 되랴만은 그래도 내가 할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우리에게 이 시합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런 한번의 실수로 후배가 상처를 받거나 다른 동문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괜찮다. 아직 희망은 있다."는 말로 용기를 내게 하고는 공이 떨어진 지점으로 뛰어가서 우리 공을 찾았다. 공을 찾지 못하면 로스트볼 처리가 되고 그렇게 되면 2벌타를 받는다. 그러면 우리는 경기를 완전히 포기를 해야하는 상황이었는데 불행중 다행이라고나 해야 할까 우리 공은 무릎까지 차 올라온 갈대밭 속에 있었고, 갈대밭의 바닥은 자갈밭. 다행중이기는 했지만 골프를 치기에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최경주가 쳐도 그 갈대밭 속을 탈출하고 나온다는 것은 불가능 할것 같았다. 그런데도 정호한테 그랬다. "정호야 여기서 힘껏 치면 온그린이 될수도 있다. 최선을 다하자." "알겠습니다. 형님!" 정호가 친 볼이 페어웨이까지 올라오기는 했지만 깃대까지는 30m정도가 남은 상황이었다. 온그린을 시키지 못한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런 악조건 속에서 페어웨이에 올려 놓은것 만으로도 천만다행이었다. 낙담해 있는 영선이한테 갔다. "영선아! 니 좋은 어프러치 실력으로 이번에 넣기만 해라. 다음 홀이 승부홀이니 쟤들이 버디를 하지 못하면 다음 홀에서 승부를 내야 하고 다음 홀에서는 우리가 이길수 있다."라고 하면서 영선이한테 그린에 올라가서 반대측 라인을 한번 살피고 오자고 제의를 했다. 둘이 그린으로 갔다. 라인을 살피고 돌아온 영선이가 어프로치한 공이 온그린은 되었지만 홀 2m전방에 서버렸다. 상대팀은 5m정도에서 2퍼트는 할수 있는 거리이고 그렇게 되면 모든 경기가 끝나는 상황이었다. 중동고에서 퍼팅을 한 공이 홀을 지나서 컨시드를 줘야 될 거리에 섰다. 컨시드를 주면 경기가 완전히 끝나는 상황인데 그절체절명의 순간에 우리 팀을 수렁에서 건져줄 구세주가 나타났다. 기가막히고 코가 막힐정도의 반전이다. 우리측 갤러리속에서 누군가가 "중동고 선수가 볼마크를 하지 않은 상황에서 볼을 터치 했다."는 제보를 했고 팀의 주장인 나는 경기위원에게 정식으로 구두로 제소를 하고 중계 카메라를 리플레이하여 확인한 결과 우리측의 제소가 사실로 받아들여져 현장에서 상대팀에게 1벌타를 부과하자 중동고는 보기가 되었다. 마크없이 볼을 터치하면 2벌타가 아니냐고 내가 항의하자 경기위원이 다른데로 전화를 하더니 "마크하지 않고 볼을 옮기면 2벌타가 맞는데 마크없이 만지기만 하면 1벌타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안심할 단계가 아니었다. 일단 정호가 2m짜리 퍼팅을 무조건 성공해야만 한홀을 뒤진 상황에서 9번 홀을 할수가 있고 정호가 넣지 못하면 이번 홀에서 우리는 게임을 포기해야 한다. 마지막 남은 실날같은 희망.......... 그 희망의 끈을 이어주는 정호의 퍼팅이 홀에 빨려 들어 갔다. 지옥에서 살아 나온 기분이었다. 우리 학교 응원단은 환성의 도가니였다. 이번 홀은 우리 선수들의 실력만으로 해낸것이 아니라 우리측 응원단과 함께 해낸 것이어서 더욱 큰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광주에서 올라온 35회 최기조후배. 우리 선수들은 물론이고 거의 모든 응원단들까지도 경기를 포기해야할 상황에 처해 있는데 마지막까지 평상심을 잃지 않고 있다가 상대방의 반칙을 발견해 낸 대단한 후배녀석이었다. 원다운 상태로 마지막 홀로 가는 우리는 확실히 이길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9번홀은 397m짜리 파4. 승부홀이라고 불릴만큼 티샷의 정확도와 충분한 거리를 요구하는 그런 홀이다. 내가 친 볼은 페어웨이 중앙으로 잘 날아 갔서 남은 거리 140m정도였고 상대방이 친 볼은 왼쪽으로 감겨서 홀컵까지 거리를 200여m 남기고 있었다. 중동고는 200m의 거리가 부담되었던지 세컨 샷이 오비가 나버렸다. 9번 홀은 당연히 우리가 이겼다. 연장전에 들어 갔다. 9번홀에서 다시 치루는 연장전에는 오더를 다시 짜도 된다고 했다. 영선이에게 앞선 두번의 실수를 만회할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오히려 영선이를 빼 주는것이 영선이의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라는 판단으로 나는 영선이의 양해를 구하고 영선이를 빼고 정호를 세컨샷으로 오더를 넣는 결단을 내려야 해야했다. 내가 티샷을 하고 정호가 세컨샷을 한 연장전도 비겼다. 원래는 연장전을 두번 해야 하는데 해가 져서 두번의 연장전은 불가능 할것 같았다. 결국 벙커샷으로 승부를 결정짓기로 헸는데 한팀에 두명씩 벙커샷을 하여 홀컵에 가까이 붙이는 팀이 이기는 방식이었다. 정호와 내가 나가야된다는 판단이 서기도 했지만 나는 정호의 벙커샷 실력을 믿었고 정호의 두둑한 배짱을 믿었다. 또한 평소에 영선이의 벙커샷 실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출중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영선이에게 기회를 한번더 주어도 된다는 생각을 했다. 영선이에게 그동안의 실수를 만회할수 있는 기회를 한번더 주고 싶었다는 애기가 더 정확한 얘기일수 있다. 만약에 영선이로 인해 마지막 연장승부를 이길수만 있다면 ....... 간절히 염원했다. 영선이를 영웅으로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정호와 영선이를 벙커샷 승부 오더에 넣었다. 정호가 0.8m를 붙여서 우리 팀이 승리를 하였다. 내 바램대로 영선이로 인해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우리는 승리 하였다.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순간이었다. 정말이지 어떤 작가가 이처럼 극적인 장면들을 글로 풀어낼 수 있을까. 백척간두에 선 우리 학교를 구해내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톡톡히 해낸 독사 정호. 첫홀을 이기자 약간 흥분한 나에게 "형님! 침착하게 합시다."라고 조언을 해주는 냉정함을 가진 영선이. 예비 선수로서 끝까지 함께하며 우리들의 한샷 한샷에 환호와 안타까움으로 마음 졸이던 순호. 감독이면서도 대회 규정상 대회에 참여하지 못하고 선수단 뒤에서 답답해 하면서 나에게 세시간짜리 감독대행을 맡긴 명훈이형. 끝까지 할수 있다는 생각으로 선수단을 믿고 응원해준 신승남총장님과 박준구회장님이하 여러 동문 응원단. 이 모두가 함께 이루어낸, 감동으로 범벅된 한편의 드라마였다.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장으로 들어갈때 내 목소리는 이미 쉬어 있었다. 인터뷰 하면서 담당 피디가 물었다. "목이 쉰것 같습니다." "예, 너무나 힘든 경기를 하다보니 목이 쉬었고, 한편으로는 그 힘든 경기를 이겨서 감격에 겨워 목이 쉰것 같습니다." 지금 곰곰히 생각을 해보면 우리 팀이 이길 징조는 첫홀부터 있었으며, 결국에는 우리 팀이 위기 상황에서도 쉽게 물러서지 않는 강인한 정신력과 선수와 응원단이 하나가 되는 대동단결된 힘이 이번 경기를 승리로 이끌수 있는 결정적 원인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1번 홀에서 내가 티샷한 볼이 나무를 맞고 페어웨이에 떨어졌고, 그러자 상대팀 선수가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세컨샷을 쌩크를 내서 우리 팀이 이긴것은 우리 팀에 행운을 준 암시였고, 8번홀. 그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볼마크 없이 볼을 집어든 중동고선수. 그것을 발견한 우리팀 응원단의 최기조 후배.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여 8번홀을 보기로 막아낸 영선이와 정호. 9번 홀에서 중동고의 세컨샷 오비도 어찌보면 쉽게 물러서지않는 우리들의 끈질김이 유도해낸 결과가 아닌가 싶었다. 어찌 되었건 우리 팀은 승리를 하였고 이제는 9월 6일에 있을 16강 전에 대비해야 한다. "모든 일은 순탄하게 되는 일이 없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이렇게 힘들게 이긴 것은 우리가 우승하는데 오히려 약이 될 것입니다. 첫 경기를 이렇게 힘들게 치룬 만큼 앞으로는 잘 될 것입니다." 라는 말로 클로징 인터뷰를 하고 나오는 내 마음은 하늘로 날아 오를것만 같았다. 레스토랑에 갔는데 영선이가 죄송한 마음에 씻지도 못하고 동문들 사이에 죄인이 된것 처럼 어깨를 움츠리고 앉아 있었다. 내 마음이 울컥 했다. "만약에 영선이 네가 그런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나나 정호가 결정적인 실수를 할수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처음부터 어차피 이길 운명이었다. 그런데 영선이 너 때문에 우리가 더 드라마틱하게 이길수 있었다. 오늘은 네가 주인공이다."라고 위로를 했다. 그러자 운전때문에 술을 한잔만 하겠다던 영선이가 술을 더 마시겠다고 했다. 영선이가 술을 마신다고하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 나뿐만이 아니라 일행들 모두 기분이 더 좋아져서 폭탄주를 10여잔을 마셨다. 술기운으로 인해 기분이 한결 나아진 영선이가 골프장 로비에서 정호하고 나를 업어 주었는데 지금까지 나를 업어서 키운 엄마의 등처럼 그렇게 따뜻하고 행복할수가 없었다. 키스도 해 주었다. 남자가 해주는 키스가 이렇게 달콤한 줄을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예선전때는 윤대일이가 주인공이었고, 32강전에서는 황정호가 주인공이었다. 16강전에서는 영선이나 순호가 주인공이 되어서 우리 팀이 승리할것 같은 예감이 팍팍 드는것은 오직 나만의 지나친 바램은 아닐 것이다. 드라마, 이보다 더 감동적인 드라마를 글로 펼쳐낼 작가가 어디에 있을까? 물론 승리자의 편에서 볼때는 감동적이지만 패한 자의 편에서 보면 이건 악몽같은 시나리오가 분명하다. 우리는 이겼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감동적인 드라마가 된 것이다. 골프와 자식은 마음대로 되지 않더라는 어느 재벌의 말이 생각난다. 골프에서 실수가 없다면 골프가 이처럼 매력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일들은 빨리 잊고 16강전을 위해서 힘내자 영선,정호,순호 세후배들아! 불사조 목포고! 화이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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