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이 언급되어서 약간 당황스럽다. 종교와 사상에 대한 토론은 매우 민감해서 뜻하지 않게 오해를 살 수가 있기 때문에 아주 친한 사이가 아니면 언급 자체를 피하고 있는데, 어제 저녁에 우연히 이곳을 들렀다가 알게 되었으며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다.

결론은 동창들을 믿기로 했다. 종교와 사상의 자유에 대해서. 따라서 동창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희민이 글의 원인 글과 답 글이 된 내 글을 올리기로 결정했으며 이 글은 적절한 시기에 삭제할 예정이니 이곳에서만 국한되어 있기를 바란다.

그동안 희민이의 작품들에 대해서 감상문 형식으로 서로 이메일을 주고받아 왔는데, 소책자 ‘아름다운 인생’을 읽고서는 그 동안의 이미지와 다른 교회에 대한 내용이어서 의외라고 생각되어 종교에 대한 서로의 다른 생각들을 주고받은 글들이다.

그 동안 서로에 대한 이해의 토대가 형성되었기 때문에 희민이와 나 사이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이 글이 공개됨으로 인해서 그렇지 못한 동창들에게는 뜻하지 않게 오해를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익명처리를 했더라면 가장 좋았을 것이지만 이미 노출된 것이니 동창들의 이해를 구할 뿐이다. 문집에는 익명처리를 부탁한다.

<원글>

네 소책자를 읽고서 네가 종교인이란 사실에 의외라는 느낌이다.

기본적으로 나는 내 사고의 한계를 규정하는 것에 대해서는 본능적으로 거부감을 느낀다. 사실 유무를 떠나 내 의지가 나 이외의 누군가에 의해서 좌지우지된다는 생각 자체를 받아들이지를 못한다. 세상의 모든 정반에 대해서 내 의지에 따라 결정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내가 진다는 생각이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 내가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나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최소한 내 삶에 있어서는 내가 주인공이지 나 이외의 어떤 것도 내 삶의 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예로서 내가 선택한 삶(비종교인)으로 인해서 지옥에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삶을 포기하면 천당에 갈 수 있다고 하더라도 그 삶을 선택하겠다는 것이다.

신과 인간, 종교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간단하게 요약한 과거의 글이 있어서 감상문을 대신한다.

다음 글은 샘물교회 선교사들의 탈레반 인질 사건시 어느 홈피에 올렸던 내 글이다. 초기에 샘물교회의 무리한 선교사업으로 인한 비판의 글이 주류를 이루어서 종교인들의 반성이 보이다가, 한 선교사의 희생을 기점으로 자성의 글이 사라지고 옹호하는 글들이 나타나면서 비판의 글에 대한 공격이 이루어지자, 그동안 참고 있었던 내 의견을 표명한 글이다.

“신의 근본은 인간이다. 인간의 정신적 필요성에 의해서 신이 태어났으며, 신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종교가 달라진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종교는 우상에 불과할 뿐이다.

어떤 한 사건(accident)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시기와 장소, 주변 환경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더구나 감정이나 주관이 개입하게 되면 해석이 불가능해진다.

이번 탈레반 납치 사건에 대해서, 신의 영역이 아닌 인간의 영역에서, 객관적인 사실(fact)만을 근거로 할 때, ***의 글들은 지극히 합당한 해석이라 생각된다.

이번 사건에서 종교와 신은 있었지만 인간은 없었다. 비판하는 많은 사람들이 인간이 없는 종교를 비판한 것이지 결코 종교에 희생된 인질들을 비판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표현 방식이 조금씩 달랐지만.

감정의 변화에 따라 어떤 사건의 실체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감정은 단지 위안은 될 수 있을지라도 사건의 해결 및 예방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종교에 대해서 반성의 기미를 보이던 종교인들이 억울한 한 사람의 희생을 기화로 이번 사건의 실체를 감정에 희석시키려는 분위기에서 다시금 문제점을 지적한***의 용기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종교는 정신의 필요에 의해서 탄생했지만 그 정신을 구속하기도 한다.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 순간 정신은 종교에 구속된다. 종교인은 항상 인간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신의 뜻이기 때문이다.

나에게 신은 존재하지만 종교는 존재하지 않다.

<답글>

신과 종교에 대한 네 생각 잘 들었다. 나 역시 신은 존재한다고 믿는다. 다만 행함의 수단이 다를 뿐이다. 너는 행함에 있어서 종교의 도움을 받는 것이고, 나는 행함에 있어서 사회적 규범에 따를 뿐이다.

나는 종교가 국가나 사회가 하지 못하는 일을 선도해 나간다기 보다는 보완해 나간다고 생각한다. 국가나 사회가 발달해가면서 과거 종교가 보완해왔던 많은 일들을 자연스럽게 떠맡게 되겠지. 종교가 국가나 사회를 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나 사회가 종교를 포용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성호의 말을 빌리자면 종교는 가치 초월적인 것 중의 하나일 뿐이고, 나의 생각은 초자아(superego)중의 일부일 뿐이라고 생각하는데, 종교가 선도적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하면 가치 관계적인 상황(현실)이 되고, 이 경우 사회적 규범과 충돌하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지. 인류에게 가장 위협적인 문제 중의 하나인 종교분쟁은 이제 먼 나라의 일로만 생각되지가 않는다. 너처럼 종교들의 영역을 넘나들면서 신의 가르침을 행하는 종교인이 너무나도 적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겠지.

네 꿈은 언젠가 나도 한번은 꾸었던 꿈이었지. 지금은 관심만 가지고 있는 상태이고. 종교와 관련되지 않은 자선 단체를 찾기가 너무 어려웠다. 어렵게 찾아내기는 했으나 실제로 집행부의 면면을 보니 결국은 모두 종교인이더군. 따라서 네 꿈에 대한 얘기는 부분적으로 동감하고 있다. 언젠가 그 꿈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연주회는 작은 매형이 음악을 좋아해서 핑계 겸 만나는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 외식은 마누라 수고 좀 덜어주느라고 자주 하는 편이지. 결혼식은 시즌이라서 한창때이고, 따지고 보면 특별한 것도 없는데 오해할 수도 있었겠다.

지갑의 두껍고 얇은 것은 그 안에 든 돈의 액수가 아니라 친구에 대한 진실한 마음이 결정하겠지. 너를 위해 아주 두꺼운 지갑을 준비하겠다.

이제 나도 정이 들라고 한다. 건강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