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고등학교28회

ㆍ작성자	장성관
ㆍ작성일	2008-12-13 (토) 10:16
ㆍ장르	수필

ㆍ추천: 0 ㆍ조회: 826

ㆍIP: 124.xxx.8

함께 가는 길

2004 년에 여수시에서 실시한 "자원 봉사 수기" 공모에서 일반부 최우수상을 수상했던 작품인데
좋은 취지에 함께 참여하고자 하네.
나중에 나이 먹은 후 문집이나 하나 내 볼까하고 심심파적으로 써 놓았던 파일이 깨져불고,
컴퓨터 실력이 미천하게 복구하지 못하야 남은게 몇개 안되는데 기회되면 올림쎄.

함께 가는 길

토요일이라 일찍 학교에서 돌아온 정미와 함께 집을 나섰다.
결연 대상자들에게 복지관에서 나온 밑반찬을 전달하기로 정한 날인데 집사람이 바빠서 학생봉사자인 큰 딸과 둘이서 가기로 했다.
먼저 여서동 대치마을의 김 할머니 댁을 찾아갔다. 이제 연세가 95세가 된 할머니에게 우리는 '민드라미제에서 온 부부'로 통한다. 지난 5년간 할머니에게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그 중 할머니의 시력을 앗아간 손자의 죽음과 딸의 죽음이 가장 가슴 아팠는데 이제는 그 슬픔을 이기시고, 건강이 좋아지셨다. 인근 교회에서 마련해준 안경 덕분에 보는 것도 더 편하다고 하신다. 마당의 호박 잎은 갈수록 무성해지고 하나 따가라고 조르시는 할머니의 마음을 위해 작고 예쁜 놈으로 하나 골랐다. 물건을 챙겨 드리고, 안방과 주방을 정리하고 냉장고를 살펴드리는 동안 할머니는 정미의 손을 잡고 이것저것 물으시고, 착한 정미는 일일이 대답을 해드리며 말 벗이 되어 드렸다.

손을 잡으며 아쉬워하는 할머니에게 곧 다시 오겠다고 말씀 드리고 우리는 둔덕아파트로 이동하여 박씨 아저씨를 찾아갔다.
항상 혼자서 집에 계시는 것이 안쓰러운 점이지만 언제나 깔끔하게 정돈되고 청소된 것을 보면 상당히 부지런하신 분이라는 것을 느낀다.
호인 풍의 모습이나 정다운 응대로 찾아온 우리마음을 가볍게 해주시고 늘 고맙다고 하셔서 다녀온 뒤에 마음이 뿌듯해지는 곳이다.

오늘은 가볍게 인사만 드리고 물품을 전달한 후에, 두 동 떨어진 곳의 민경이네 집으로 향했다.
우리 가족과 결연된 세 가정 중에서 가장 마음이 쓰이는 집이다. 갈 때마다 느끼는 민경이의 무표정한 얼굴이 가슴이 아프다.
동생 형주는 이제 만나면 웃기도 잘하고 말도 곧잘 하는데 한창 사춘기인 민경이는 2년이 되었는데도 아직 마음을 열지 않은 것 같다. 정미와 둘째 선미와 각각 위아래로 1년 차이라 정이 배기만 해도 쉽게 어울릴 것 같은데… 더 자주 만나야겠다. 년초 어선에 다니던 민경이 아빠도 지금은 집에 계시는 모양이다. 지난 정미의 생일에 올해 복지관에서 적극 추천하는 '생일날 초대하기'에 따라 저녁 초대를 하였으나 응하지 않아서 정미가 아쉬워하고 있는 참이다. 짧은 대화를 나누고 민경이 집을 나섰다.
이곳 둔덕아파트로 이사오신 진흥교회 장성기 목사님께서 우리가 결연하고 있는 두 집의 이야기를 듣고, 찾아보고 함께 어울려 살아가도록 봉사를 하시겠다고 하여 두 집에 이웃이 더 생기겠다고 생각이 되어 기쁘다.

집으로 오는 길에 씩씩하게 물품들을 운반하며 시종 웃음을 짓는 정미를 보면서 참 잘 자라고 있구나' 하고 대견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젊은 날에 외항선을 타고 갔었던 아시아 및 아프리카 최빈국 나라들의 굶주리고 병들어 고생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그 동안 어렵고 불우하다고 생각했던 나의 환경이 얼마나 축복 받은 것인가를 깨닫고 감사하게 생각되었다.
귀국하여 결혼을 하고, 이곳 여수로 와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아내와 함께 신앙생활을 해 나가며 작은 봉사라도 하면서 살기로 작정하였다.

우리가족이 자원봉사를 시작 한 것이 1990년 4월이니까.. 정미가 태중에 있을 때이다. 태어난 지 백일쯤 지나서 함께 어울린 구봉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정미에게 매달려 손을 만져보고 양말을 벗겨서 발가락을 만져보며 신기해 하던 모습들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어린이날 제일 해보고 싶은 일이 통닭 실컷 먹는 일이라서 통닭 사다가 운동장에서 둘러앉아 먹었고, 작은 녀석들이 추석 돼지 잡는다고 제법 어른처럼 폼 잡던 일하며 함께 어울려 공을 차고, 시장에 나가서 물건도 사고 하던 씩씩하지만 여렸던 사내 녀석들 지금은 다 자라서 사회 한 부분을 담당하며 살고 있을 텐데 보고싶다. 선미가 태어나고, 이어서 연년생으로 은광이가 태어나면서 봉사활동이 뜸해졌다가 1996년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하여 여수종합사회 복지관의 소개로 소경도에 살던 미정, 혜정이 자매와 결연하였었다.

따뜻했던 그 해 봄날에 아이들 손을 잡고 미정이 집을 찾아갈 때의 아름다운 광경은 지금도 눈앞에 선하다. 소경도 작은 집의 마루와 작은방, 낡은 그 집에서 보았던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가 처음 찾아온 우리가족을 낯설지 않게 했었다. 미정이 혜정이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하는 동안에 우리는 소경도로 문수동, 여서동으로 찾아가고 주말과 방학 때면 우리집으로 초대하여 함께 생활하고, 여행가고 하면서 지냈었다.

올해 10월에 우리는 15년간 살던 집을 팔고 새집으로 이사를 했다. 이사 후 아이들과 각자의 앨범을 정리 하였는데 미정이 혜정이와 함께 선소와 거북공원, 광주 패밀리랜드에서 즐겁게 놀면서 찍은 사진들이 나왔다.
이제는 성인이 되었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고향이 아닌 객지에서 둘이 서로 의지하고 힘이 돼 주면서 잘 살고 있을까?
서로 어지간히 정이 들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취업을 하여 떠난 지 몇 해가 되었지만 소식이 없는 걸 보니 대상자와 결연자의 관계에 머물렀나 보구나 하는 생각에 아쉽기도 하고 반성도 되고 그렇다. 미정이 고모한테서만 몇 번의 전화가 있었는데 요즘은 소식이 끊겼다. 미정이네와 결연이 끝난 후에 우리 부부가 가장 고민하고 있는 것이 어떻게 하면 결연자들과 친척 같은 관계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이왕 봉사를 하면서 단순하게 복지관의 심부름을 하거나, 의무적으로 찾아보는 수준이 아닌, 한 가족 같은 공동체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더 정성을 들여야 하는 것 말고 다른 좋은 방안은 없나? 를 고민하면서 아내는 열심히 관련 교육을 이수하고,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다. 정말로 평생을 함께 할 결연자들을 만나서 정이 오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가꾸어가는 것이 우리의 기도 제목 중에 하나이다.

대치마을의 김 할머니와 둔덕아파트의 박 씨 아저씨는 늘 집에 혼자 계시므로 직접 찾아가서 말 벗이 돼 주는 것이 최상의 봉사가 되리라 여겨지지만 가장 가까이 하고 싶은 민경이와 형주에게는 어떻게 해야 미정이 때보다 더 나은 관계를 만들 수 있을까?

올해 종합사회복지관에서 '학생 자원봉사자' 라는 좋은 프로그램을 시작하였다. 관내의 학생들이 복지관에
자원봉사자로 등록을 신청하면, 복지관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자원 봉사자들과 연계를 맺어서 함께 활동을 하고, 봉사 실적서를 발행하는 것이다.
각 중,고등학교가 자원봉사활동을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참 좋은 방안인 것 같다. 우리집에서는 중학생인 큰애 정미를 등록하여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으며 선미와 셋째 은광이는 중학교에 진학하면 차례대로 등록 할 예정이다.

누군가가 "봉사활동은 자기의 생을 풍요롭게 한다" 라고 하였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은 그만큼 자기자신의 삶을 감사하게 만들고 행복하게 해준다고 한다. 정말인 것 같다.
지난 15 년간 우리는 객지인 이곳 여수에서 살아오면서 정말로 감사하면서 즐겁게 살아왔다. 아이들이 태어나서 자라고, 신앙이 성숙되어가고, 서로 자신의 삶의 분야를 더 넓히고, 아울러 물질적으로도 풍요로운 혜택을 누려왔다. 이 모든 것들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생기는 삶의 여유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믿기에 우리 아이들에게도 반드시 물려주고 싶다. 아이들에게 전하기 쉽도록 주위에서도 도와 주고 있다.

아이들 학교과제로 '가훈' 을 정하기가 있었는데, 가족 회의를 거쳐서 "정직, 근면, 봉사" 로 정하자 결연 중이던 '저소득 장애자 협회' 에서 멋지게 판자에 조각을 해주어 거실에 걸어 놓았고 집중력에 문제가 있다고 항상 학교에서 지적을 받는 은광이에게 좌우명으로 손자병법에 나오는 글귀인 '風 , 林 , 火 , 山 ' 을 정해주자 멋진 목각을 해 주어 제 방에 걸어놓고 그 의미와 만들어준 사람들에 대하여 생각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선미와 은광이 몫으로 '기아대책 섬기는 사람들'을 통하여 필리핀과 네팔의 동갑내기들을 후원하면서 함께 참여하게 하고 있다.

우리아이들이 학업 성적이 뛰어나고, 자라서 사회 저명인사가 되기 보다는 언제 어디에 있던지 항상 자신이 하는 일에 보람을 느끼고 행복을 느끼며 여유롭고, 풍족하게 하나님께 은혜 받는 생활을 할 수 있기를 항상 기도하기에 어릴 때부터 자원봉사활동을 함께 하고 있으며, 자라서 각자의 삶을 찾아 떠날 때까지 계속하려고 한다.
우리가족이 함께 하면서 대상자들이 다 함께 행복하기를 빌고, 우리사회가 더 아름답고 살맛 나는 세상이 되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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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민

2008-12-13 10:30

성관아... 여수에 살고 있었다니.... 나와 좀 가까이 있는것 같아 반갑다.

남을 위해 봉사 한다는것.... 정말 쉽지 않는데.... 찬사를 보낸다.
어찌보면 내 주위에 있는 작은일 부터 실천 하면서 해야 되는게 맞는데.... 맘만 앞서고 잘 안된다.
자네 처럼 몸을 바쳐 봉사 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네. 필리핀에 있는 장인석이도 그렇고....

사실 나는 우리 동창방에 더러 글을 올리지만 이곳 강호 무림에도 고수가 많다는걸 안다.
나야 초식만 현란하지 글의 내용에 있어 깊이가 없는데....
자네의 글은 진솔하고 또 잔잔한 감동이 있어 참 좋다. 보이지 않는 내공이 실려 있다는 이야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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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하셨습니다.
귀하의 글이 30주년 기념문집에 올라게됨을 축하 드립니다. 쾅쾅쾅!!!


밥먹자.	나중에 편집하는 사람들의 수로로움을 덜기 위해 첨부 파일로 같이 하나 올려 주라.	12/13 10:34

양인상 2008-12-13 11:25	성관아! 가슴뭉클하구나!

차성호 2008-12-13 14:05	말로 표현할수 없는 아름다운 삶, 입에 발린 수식어가 필요없는 삶, 그 자체로 일상과 같고 어울리고 충만한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구나, 자네같은 사람을 진정한 자유인이라고 표현하고 싶구만. . .

오성일 2008-12-13 19:20	상급이 큰 삶을 사는 당신에게 하나님의 축복이 넘치기를 기원합니다.

김기수

2008-12-18 11:25

사랑하는 성관아 가까이 있으면서 서로 돌아보지 못한점 미안하다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 너무 좋구나 우리한번 뭉쳐보자 홧팅~~~


장성관	어이~ 기수, 광양은 근무 할만 한가? 중성이가 바쁜 모양이구만 송년모임 소집도 안하구... 이번에 중성이 아들 과학고 들어갔다네. 일간 함 보세	12/19 08:55

SunghwanKim 2009-12-09 12:19	비공개 글입니다.